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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팀/설예리

[패싱] 패싱.. 된다? 한다!

[Editor's quotes패싱(passing), 나의 외적인 모습이 사회적으로 소속되기를 원하는 집단의 일원으로, 혹은 보여지기를 원하는 성별의 일원으로 남들에게 인식되었을 때, ◇◇으로 보여지기를 통과(pass-)했다, 라는 뜻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예를 들어, 모르는 사람에게서도 첫 눈에 남성으로 인식된 트랜스남성은 패싱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사회적인 관계 맺음 안에서, 트랜스젠더에게 패싱은 때로는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고, 때로는 타인과의 관계를 좌지우지하기도 하며, 때로는 나의 정체성을 증명받거나 증명하기 위한 수단도 됩니다. 트랜스젠더, 그리고 패싱에 대한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함께 경청했으면 좋겠습니다. _리나





패싱.. 된다? 한다!




설예리(블로그팀)





패싱은 사회에서 인지되는 특정 성별에 대한(대부분 남/) 고정된 이미지로 개인을 바라보고 그가 어떤 성별인지 판단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패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그 이미지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보이거나 어느 성별로도 인지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패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어떤 이미지로 성별을 바라보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사회가 저를 여성으로 인지하길 바라기에 패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지점이 패싱에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는지 제 경험과 판단이기 때문에 다른 트랜스젠더분들 (트랜스여성을 포함하여 다른 정체성을 가진 분들을 의미합니다)과는 다를 수도 있으며 특정 복장을 위한 방법과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0. 요약


패싱하기에서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이 성별을 판정하는 것은 사회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학습한 결과이자 경험적인 것이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특징 하나가 원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데 이 특징이 드러날 때는 사람들이 의심할 때이며 이 때는 바로 어색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어색함은 자신의 태도일 수도, 어떤 특징을 감추기 위해 과한 연출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그냥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원인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 애시당초 특정 성별로 구분되는 것이 요구되지 않으면 안 해도 될 일이기도 하고요 - )

 



1. 신체


1) 생식기

사람들이 굳이 생식기를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패싱할 때 비중이 낮다고 생각하지만(몸에 딱 붙는 옷을 선호 하시는게 아니라면) 만약 사이즈가 크다면 티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 가슴

사람들이 제일 잘 인식하는 신체부위로 불필요하게 크게 보이거나 도드라지게 할 필요는 없지만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여성으로 패싱되는 성공률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에 뽕을 넣은 상태였을 때는 물품 살 때도 여성용을 추천해주고 주로 여성들이 산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살 때도 상대가 어색해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3) 얼굴

사람들은 각이 진 얼굴 (특히 광대와 턱 사이에 부분)을 보고 남자라고 인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추기도 어려운 부분이라 제일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4) 목소리

엄청나게 티나는 목소리가 아니라면 얼굴-가슴을 보고 여성이라고 인지한 사람들은 그냥 허스키한 여자구나” 같이 끼워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꾸미기


1) 화장

화장은 얼굴에서 어떤 특징을 강조하고 어떤 특징은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주 쓰며 효과도 좋은 편이지만 그만큼 실수가 있었을 때 크게 드러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쁜 것과 패싱이 잘 되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아직 특정 성별이 주로 입는 스타일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이상 어떤 옷을 입느냐는 유의미한 결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3) 

,다리에 난 털은 몰라도 수염은 남자에게 난다는 관념이 강하게 박혀있기에 패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면도를 해도 파르스름한 자국이 남기 때문에 꽤 어려운 부분이고요)





원래는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패싱을 행하고,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쓰고 싶었는데 제 부족함으로 단순한 생각의 나열이 되어버려서 안타깝습니다.

만약 다른 기회가 있다면 여기에 대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지만 지금은 이렇게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성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가 희석되고 성별구분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게 되는 날을 바랍니다.




P.S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상상이지만, 제 법적 성별이 여성이라면 패싱에 대한 의욕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령 어떤 사람들이 내 성별을 의심하더라도 반박하기 어려운 확실한 근거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은 내 성별을 증명해야만 하는 부담을 확실히 줄여주니까요.


(이건 어떤 성별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 그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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