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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여성 인권’ 만을 위한 커뮤니티, 워마드

오직 여성 인권만을 위한 커뮤니티, 워마드

 

엘펜

 

최근 워마드(WOMAD)에 대하여 말이 많다. 워마드는 여성 인권만을 위한다며 여타 소수자, 특히 성 소수자를 배척하는 등, 전형적인 TERF(트랜스-배타적 급진주의 페미니즘), 혹은 분리주의 페미니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들의 양상은 외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어떻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그러한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원인이야 많고 많을 것이나, 그 중 하나는 워마드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겠다. 워마드의 탄생은 2015년 말의 메갈리아 분열 사태이다. 이 사태는 어떠한 메갈리아 유저의 글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당 글에서는, 성 소수자 운동에서 게이들은 게이가 아닌 나머지 성 소수자를 배척하며, 레즈비언과는 달리 게이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며 AIDS를 퍼뜨린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과, 이 글의 댓글에 달린 똥꼬충등의 표현이 메갈리아 내부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당시 메갈리아 유저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게이도 남성이므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똥꼬충등의 과격한 표현이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으며, 또 다른 한쪽은 게이는 비록 남성으로서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비판의 대상이지만 똥꼬충등의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표현 및 어불성설인 내용들은 적절치 못하였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토론은 며칠 동안 지속되었으며, 결국 게이도 비판의 대상임은 맞지만 그것이 남성임에 가지는 권력을 비판해야지, 그것이 성 소수자임에 받는 혐오를 똑같이 돌려주며 하는 비난은 옳지 못하며 지양하여야 한다는 측으로 결론이 모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운영진의 공지에 의하여 뒤바뀌게 된다. 위와 같이 의견이 수렴되자 운영진은 공식적으로 게이를 혐오하는 표현을 금지하는 공지를 작성하였는데, ‘똥꼬충 에이즈충 단어가 굳이 쓰고 싶으면 딴 데 가세요.’와 같이 공지의 내용이 무례하고 억압적이었다는 것이 게이 혐오를 원하던 유저들의 주요 비판점이었던 것이다. 이에 그러한 유저들은 메갈리아의 운영진이 권위주의적이라고 생각하여 운영진은 반발을 샀다. 그러한 사이트 내부의 상황에 휩쓸려 같이 게이 혐오를 하는 유저들도 상당수였다. 한 순간에 게이 혐오를 지지하는 쪽의 지지가 높아진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메갈리아 운영진은 소수자 혐오에 대하여 강경책을 사용하였다. 위의 며칠 후, 운영자는 게이 혐오에 반대하는 사람만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혔고, 지속적으로 게이 혐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히 대응하였다. 해당 사건으로 메갈리아의 회원은 급감하여 활력을 잃었고, 게이 혐오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추정되는 유저가 메갈리아의 딸들이라는 카페를 개설하여, 이것이 후에 워마드로 불리게 된다.

 

이러한 워마드의 탄생 배경 속에는, 페미니즘을 위해서라면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 정도는 할 수 있다는 페미니즘 우월적이며 혐오적인 정서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를 워마드의 비-여성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워마드의 이러한 혐오는 탄생에서 끝나지 않음은 말할 것도 없다.

 

워마드는 메갈리아의 위와 같은 쇠퇴가 게이, 정확히는 게이의 여성혐오에 있다고 보았고 이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였다. 자신들의 잣대로 여성을 정하고는, 해당되는 것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을 남성으로 호칭하여였다. ‘트랜스젠더는 정신병자다와 같은 말을 가입 시에 적게 하기도 하였으며, 트랜스젠더를 호칭하는 표현으로 젠신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는 트랜스젠더와 정신병자의 합성이다. 트랜스여성의 경우에는 가부장적 여성성의 코르셋을 강화시키며 여혐 하는 한남’, 트랜스남성의 경우에는 내면의 여혐으로 남성으로 전향하려 하는 여성의 배신자와 같이 극단적이고 퇴화한 논리를 이용하여, 여성의 인권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에 다른 소수자를 배척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소수자에는 여성도 많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한 워마드 내의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워마드 내부에서 혐오를 재생산하였다. 여러 혐오 범죄 및 사건사고도 적지 않은 수준이며, 트랜스여성 및 크로스드레서의 아우팅 사건 역시 흔하였다. 대체적으로 그들의 표적은 트랜스여성인데, 위에서 말하였듯 워마드는 트랜스여성을 가부장제에 복무하며 여성성이라는 이름의 코르셋을 강화시키는 자로 생각하여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트랜스여성, 트랜스남성의 경우를 MtT, FtT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여성을 태어날 때부터 여성(womyn-born womyn)’, ‘생물학적으로 여성(biologically female)’ 등의 올바르지 않은 단어로 지칭하며, 이것이 아닌 사람은 여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워마드에서 주최하는 한 여성혐오 반대 시위에서는 오직 여성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여 많은 비판을 샀다. 이러한 워마드 계열의 페미니즘이 한국 페미니즘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페미니즘 전체에 학을 떼고 반-페미니즘을 외치는 트랜스젠더 역시 적은 수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렇게 워마드의 성장과 혐오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워마드의 사상이 이렇게까지 널리 퍼진 이유에는 또한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그러한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워마드는 도덕을 버리라며 도덕성을 강요하지 않고, 워마드에 들어갈 수 있는 권력자들에게 자유롭다고 느껴지며, 결론적으로 이러하기에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도 되어, 계속되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인권 운동에서의 해방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에 대한 해소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기 때문에 워마드를 페미니즘 커뮤니티라고는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역시 존재한다.

 

위와 같이 워마드와 TERF는 다소 비슷한 점이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워마드와 TERF라는 단어를 동일시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워마드라 불리는 사람들의 특성은 어떠하며, 이들이 어떻게 외국의 TERF와 차이를 보일까?

 

워마드라 불리는 사람들의 특징은, 워마드의 사상이 널리 퍼진 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일베를 하는 사람만을 일베라고 하지 않듯이, 우리는 워마드를 하는 사람만을 워마드라고 지칭하지는 않는다. 워마드라 불리는 자들의 특징은 워마드의 사상에 동조한다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워마드의 사상과 외국 TERF의 사상의 차이를 살펴보면 좋겠다. 워마드의 사상의 특징은, ‘도덕을 버린다고 언급하는 점이다. 그들은 남성이라면 기타 어떠한 소수자성을 가졌음에 상관치 않고 그 소수자성을 공격한다. 이는 젠더 문제에도 예외가 아니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음경의 크기가 작은데, 그것을 가지고 한국 남자는 전부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다라고 주장하는 등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인터섹스 등의 혐오도 서슴지 않는다.

 

외국의 TERF의 양상도 이와 사뭇 비슷하다. 시스젠더에 주어진 특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시스젠더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을 억압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gender)이 해체되어야 함에 동의하지만 또한 모순적이게도 태어날 때부터 여성임을 규정한다는 것 또한 비슷하다. 이와 같이 공통점이 많으므로 워마드를 한국의 TERF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외국의 TERF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도덕을 버리지는 않았다고 생각되는 점이 그나마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워마드는 메갈리아에서 분리, 파생되어 만들어진 사이트이다. 현재 만들어진 지가 19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신생 사이트라고 부를 만 하지만, 워마드가 현재 페미니즘 계열에서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의 페미니즘은, 어떤 측에서는 오직 여성 인권만을 위한 도구로서, 어떤 측에서는 모든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서 사용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페미니즘이 절대선이 될 수 없음을 우리 모두 인식하는 것이 발자국 하나를 나아가는 시발점이겠음을 말하며 글을 마친다.